슈우~ㄱ. 퍽'
29번째의 눈덩이가 보기좋게 나에게 명중했다.
그녀가 던진 29개중에 내게 닿은건 5개뿐.
"5/29. 타율은 0.172야."
29살이 된 그녀의 다음은 이미 없었다. 나의 울림역시 빗나갔다.
0/1 타율은 0.000.
뽀득 거리는 소리를 밟으며 집으로 향했다.
코트와 머리에 남아있는 5개분량의 눈덩이를 털어내고
현관문을 열었다.
이맘때쯤이면 항상 나는 소리.
'탁탁. 치이익...틱틱틱'
올리브유에 계란이 익는 소리.
그리고 반쯤 익힌 노른자.
방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며 생각해 보았다.
24살인 그녀를 알게된지 5년째.
그녀가 노른자를 반쯤익힌 계란후라이를 만들어간 5년간
나는 후라이를 먹는것 이외에 그녀에게 무엇을 해 주었을까?
방안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난로..위에 올려진 주전자.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
"욕조에 물 받아두었어요."
그리고 고양이
"냐~"
정말 난 그녀에게 무엇을 해 주었을까?
답은....'없다'
욕조에 몸을 담근다.
적당한 온도. 언제 데웠을까?
아마도 내가 그녀의 타율을 계산하고 있을때쯤 이리라.
그럴듯한 결혼식도
혼인신고도 - 물론 호적정리도
그녀가 좋아하는 강아지를 기르는 일도
'없음' 이었다.
내가 해 준 것이라곤 고작해야
매년 크리스마스에 그림이 그려진 접시 세트중 한장씩을 선물한 것,
술기운에 산 자질구레한 것들 (장난감 모형배라던가 하는것들)을
선물이라고 들고 들어온 것... 그런것들 뿐이었다.
특별히 일이 바쁘다거나 하는 탓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유야무야'
썩 내키지는 않는 표현이다.
잘 정돈된 속옷과 양말.
Style Council의
You're the best Thing와 함께 흐르는
따뜻한 커피한잔
그런 그녀의 스트레스가 불어날때마다 오늘처럼 눈을 던진다.
봄에는 솔방울을 29개 던졌다.
"왜?"
잠시 생각에 빠져있는 나를 깨우기라도 하는 듯한 억양이다.
"아냐 아무것도"
여름에는 푸른 매실을 29개.
가을에는 29개의 밤.
"맞아. 영화표 받아둔게 있는데 가지 않을래? 오늘까지던데"
그녀는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요? 눈이 이렇게 오는데요?
하늘을 한번 올려다 본다.
"일기예보에선 곧 멈춘다고 할꺼야"
'오후부터 차츰 눈발이 약해지면서 맑게 개일것으로 보입니다.'
좋은 타이밍.
"그럼 어서 준비해"
"잠시만요"
"아래서 기다릴께"
일기예보대로였다. 맑은 하늘이다.
눈을 뭉쳐 하늘에 던져본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라면
내년에는 30개의 눈덩이의 표적이 될듯하다.
"아직이겠지...."
오랜만의 외출에 그녀의 준비는 조금 길어질지도 모른다.